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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업 이야기

세무사 사무실 경력쌓으면 대기업 갈 수 있을까?

by 세법깽깽이 2024.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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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사무실의 진로

5년 세무업 경력을 가지고 이런 말할 자격이 있냐는 질문을 들어도 봤다. 보통 10년 정도 관련업을 종사하면 전문가라고 하기 때문에 5년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그러나 나는 5년을 가득 채워 일을 했고 타 사무실과 비교해 2~3배 업무를 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도 동종업종과 대기업 그리고 여러 중소기업을 지원했고 충분히 고민을 해봤다. 퇴사를 마음먹고 2달 내 이직을 했지만, 할 수 있던 이유는 그 직전해 최종합격을 해본 경험도 있었고, 천천히 2년 이상 이직을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력을 쌓기 위해서 또는 해당 직무를 발전시키려 세무사사무실을 다니고 있다면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충분히 해봐야 한다. 

경력직이면 대기업도 가능할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가능할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렵다. 경력을 쌓으면 대기업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사례도 있지만, 대기업경력직의 경력사항이나 지원분포도 등을 검색해 본다면 준비된 경력과 경험이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금신고와 기장을 보조하면서 전문가라고 생각했던 경험들도 분명히 대단한 경력이지만, 대기업경력직 요건엔 이러한 기장 외 다른 업무능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고, 세무사사무실 특유의 개인프로세스를 가지고 대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업무구조도 굉장히 다르다. 따라서 가능할 수는 있지만 세무사사무실 경력으로 대기업을 바로 이직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 유튜버 미미미누에서 LG 직장인들의 수학실력이라는 콘텐츠로 영상이 올라왔다. 출연하는 사람들의 학벌, 전공을 떠나서 출연인들이 최소 몇년에서 몇십 년 전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풀어내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보이는 자신감과 전공(이공계 등)에서 살아있는 감각등이 엿보였다. 다시 말하면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들도 그 안에서 열심히 경력을 쌓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주어진 역할 안에서 각자의 경력을 쌓고 있지만, 각 환경이 다르고 그 프로세스도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많은 수의 기장과 다양한 업종을 해봤다는 것이 대기업 경력을 가는 열쇠가 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우물 안 개구리

나의 경험에서도 기장의 수와 업종경험 등이 직무이해도와 업무수행에 도움이 되었다. 다만, 중소기업에 이직한 후에 느낀 점은 위에 말했던 바와 같이 다시 프로세스를 배우고, 직무의 경우보다 세부화된 내용 등을 진행했다. 외부조정에서 갖지 못한 관리회계를 다시 배우면서 이전의 경험과 지식이 도움은 되었으나, 새로운 학습과정이 필요했다. 만약 내가 동종업계로 이직하여 루틴화된 업무를 수행하며 그 외 업무를 배워갔다면 또 달랐겠지만, 세무사사무실에서 세무사가 하는 일의 파이를 나눠갖지 않는 이상 평직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5년 이후에는 없다. 개정세법을 공부하고, 해명과 조사 등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큰 틀에서는 같은 구조를 보인다.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새로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배우는 것과 변형출제를 푸는 것은 전혀 다르다. 세무사사무실을 다니면서 이런 착각 속에 우물 안개구리가 된 사례를 많이 보기도 했다. 대부분은 퇴사 후 리턴하거나 동종업계로 재취업한 경우가 많았다.

더 넓은 세상을 봐야한다

내가 세무업을 했을 때보다 홈택스 기능이 강화되었고, 세무프로그램의 개량이 굉장히 빠르게 되고 있다. 20년 이전에 1인 50개 거래처를 소화했다면, 지금은 80~100개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 말이 무엇이냐면 세무사 사무실을 다녔다고 회계와 세법에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고, 세무프로그램 운영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회계와 세법은 따로 더 공부를 해야 함에도, 루틴화된 프로그램구동만으로 신고서를 기계적으로 작성한다면 절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기술의 발달로 화이트컬러 업종이 대체된다고 하는데 동의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전문서비스업이지만, 단순전문서비스업인 세무사 사무원의 경우는 무조건적으로 대체된다고 본다. 스크래핑과 자동전표의 알고리즘이 개량되면 될수록 소수가 담당하는 기장거래처가 늘어나고, AI의 발달로 문의사항은 대답이 된다면 세무법인이나 개인세무사들이 굳이 더 많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을 것이다. 

진로방향

대부분이 루틴업무에 익숙하고, 상여 형태의 급여형태에 매력을 느껴 동종업계 이직을 많이 한다. 나의 경우도 나만 타 업종으로 이직을 한 경우다. 워라벨, 급여 수준, 복지, 직무전문성, 다양한 프로세스 경험 등 정말 많은 장점이 있는데 프레임은 세무사사무실 vs 일반회사이다. 나 또한 이런 프레임 속에서 택해 세무사사무실로 진로를 택했지만, 이 프레임은 절대 잘못된 것이다. 적은 기회에서 디딤돌을 하기 위해 세무사사무실을 다닌다는 구직자의 인터뷰도 많이 봤고, 나도 그런 포인트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현업에서 생각한 건데, 태어나 세무사사무실에서 일하려고 살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은퇴할 때까지 현업으로 평생 일하며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열심히 배우고 충분히 경험한 다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

나의 글은 정답이 아니지만, 나에게는 정답이다. 적어도 내가 현업을 유지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고민하는 많은 현업자들이 용기를 가지고 낮은 시선과 제대로 되지 못한 보상등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로를 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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